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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고성 공룡 엑스포장 주변의 이색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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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물관지킴이
댓글 0건 조회 18,109회 작성일 06-04-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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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공룡 엑스포장 주변의 이색 박물관
이왕 오신 길 한눈 파셔도 좋습니다

 

이일균 기자 iglee2@dominilbo.com

 

고성 공룡 엑스포가 지난 13일 시작됐다. 봄나들이를 겸해 당항포 행사장을 찾을 사람들이 꼬리를 물 것 같다. 아무래도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룡’이라는 주제가 가족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주변의 ‘이색’ 박물관을 프로그램에 함께 넣는 지혜는 어떨까. 두세 시간 연장될 수 있지만 이왕 하루 나들이를 나섰다면 충분히 함께 할 수 있는 일정이다.

여기서 이색 박물관으로 설정한 기준은 유적 유물 박물관이 아닌 곳, 공룡 엑스포 행사가 열리는 고성군과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등으로 잡았다. 대부분 남해의 자연경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거제 해금강공원 안의 옛 초등학교에 자리를 잡아 1920년대 이후 서민들의 골목을 재연한 테마박물관과 인근 일운면의 어촌민속전시관, 50대가 넘는 실제 비행기를 전시하고 우주 체험관까지 갖춘 사천 항공우주박물관 등이 포함됐다. 같은 고성군에는 얼마 전 사립에서 군립으로 모습을 바꾼 탈 박물관이 있었다.

   

△탈을 잡으려 탈을 썼다…고성 탈 박물관

1980년대에 고성오광대 탈 제작을 시작해 88년부터 고성읍 지금 위치에서 탈 박물관을 운영해온 장인 이도열(60) 관장의 고집이 최근 3층짜리 군립 박물관으로 결실을 맺었다. 어쩌면 30년 이상 탈을 만들어온 그의 생김새가 탈을 닮았다.

크고 뾰족한 콧등하며 툭 튀어나온 광대뼈. 함께 일하는 딸마저 선이 분명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 이씨의 외길인생에 고성군이 화답했다. 공룡 엑스포 행사장인 당항포와는 10분 거리다.

박물관 입구의 언덕을 수십개가 넘는 장승들이 점령했다. 각각 다른 형상 다른 글을 새기고 있는 장승들 중에서는 파란색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기도 했다. 마을 서낭당이나 당산나무에 걸려있는 기다란 헝겊처럼. 내공 넘치는 이씨의 탈 설명이 시작됐다.

“장승도, 서낭당이나 당산나무도, 거기에 달린 헝겊조각도 전부 다 ‘탈’ 아임니꺼. 머리에 쓰는 것만 탈이 아이지예. 이 세상에 ‘탈’(잘못된 상황이나 재해)을 막으려는 것들은 모두 다 탈입니더.”

1전시관은 일반전시로, 2전시관은 기획전으로 쓰인다. 1전시관 입구 ‘고대의 탈’에서 탈을 쫓는 탈의 기원과 역사를 읽는다. ‘벽사탈’이다. 큰 조개패에 구멍 세 개를 뚫은 기원전 5000년경의 조개탈은 ‘은폐’와 ‘위장’이라는 탈의 또 다른 기능을 느낀다. 이 관장의 설명. “탈의 마지막 단계가 ‘얼굴에 쓰는 탈’ 입니더. 쓰는 탈도 처음에는 벽사탈에서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생태탈, 신분을 위장하고 은폐하는 예능탈로 바뀌었지예.”

   

2층 체험실에서는 탈과 장승 제작에 희망자들이 참여한다. 탈은 짧게 두시간, 장승은 다섯시간 만에 만들어 본인이 직접 가져간다. 이전 갈촌박물관 건물은 지금 반닫이와 도자기, 골동품 등 민속품 전시를 겸한 찻집으로 쓰인다.

박물관은 중요무형문화재 6호인 통영오광대와 7호인 고성오광대, 37호인 사천 가산오광대와 진주오광대 등의 전통 탈춤이 있는데도, 상식조차 없는 이 지역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 다섯 광대가 다섯 마당에서 펼치는 오광대의 뼈대는 공통적이다.

이도열 관장이 그의 나이 서른부터 만들었다는 고성오광대의 쇠돌이 탈 곁에 섰다. ‘쇠 같이 강하고 돌처럼 큰 사람이 되라’는 기원이 담겼다. 그리고 그는 설명을 마무리했다. “한두 시간 보고 갈 수도 있습니더. 그렇지만 탈의 의미를 생각하려면 조금 더 필요하지예. 불경 성경이 모두 탈을 막겠다는 ‘탈 경’ 이라는 점에서 통하지예.”

   ◇ 기분까지‘난다’…사천 항공우주박물관

거제의 민속전시관에서 여실하게 표현된 바다의 실체는 사천시 사남면 항공우주박물관에서 하늘의 실체로 바뀐다. 비행기와 하늘, 우주로 그 대상은 확대된다. 정문을 들어서면서부터 활주로를 방불케 하는 항공기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T-37, C-54 등 생소했던 이름의 전투기와 수송기 실체가 줄을 잇는다. F-4E 팬텀기는 방위성금을 모아 수입했던 전투기라고. T50과 KT1, F16 등 한국항공우주가 최근 납품했던 신형 전투기는 그래서 그런지 더욱 날렵해 보인다. 곳곳의 비행기 내부까지 실제로 올라보는 아이들이 탄성을 지른다.

   

실내의 항공우주관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1780년까지 공상 비행. 1742년 프랑스인 백빌은 자신의 손발 끝에 4개의 날개를 달고 센강을 건너려다 실패했다. 1789년 열기구 무동력 비행, 1849년 무동력 글라이더 생산, 1903년 라이트형제 동력 비행기 발명, 1969년 아폴로우주선 달 착륙.’ 글을 따라, 그림을 따라 생생하게 움직이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재미있다.

△ 해금강 전경을 함께 보는 테마 박물관

박물관의 외관이 가슴을 뛰게 한다. 박물관이 있는 남부면 갈곶리 도장포는 거제도 맨 아래도 모자랐던지 바다 쪽으로 ‘쑤욱’ 목을 내밀었다. 해금강이나 외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은 제주도 성산포의 어디처럼 바다에 걸친 구릉의 한 가운데 옛 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섰다. 범선을 전시관 앞에 걸고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1층은 1920년에서 80년대까지의 생활필수품과 영상과 사진, 소리와 관련된 상품을 전시한 생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타난 40-50년대 도시의 골목이 사람을 빨아들인다. 이발소엔 특유의 조명등이 ‘뺑글뺑글’ 돌아가고, 다방에 쌀집, 만화방까지 천연덕스럽다. 담뱃가게엔 청자며 환희, 솔 같은 옛날 담배가 진열돼 있다. 옛 교실의 난로 위에는 철제도시락이 익어가고, 구석의 풍금에는 음이 금방 흘러나올 것 같다. 교실 밖 벽면에는 영화 포스터와 우표 사진 등이 빼곡하다. 일반적인 재현 전시물과 달리 관람객을 분리시키는 ‘유리막’이 없다.

   

2층은 유럽장식 미술품과 모형 범선 전시장이다. 둘 다 사연이 있다. 모형 범선의 경우 이 박물관의 유천업(53) 대표가 ‘환타지아 종합모형’이라는 제작업체를 함께 운영한다는 것이고, 유럽장식 미술품은 평소 관심이 있던 터에 경기도 남양주의 유럽장식 박물관 전시물을 대거 인수했다. 전시장 끝 커피숍은 또 다른 전시공간이면서도 가까이 신선대를, 멀리 해금강을 찻잔 너머로 볼 수 있다.

   △ 거제 지세포 어촌민속 전시관

남해안 중에서도 욕지도나 연화도 같은 외딴 섬에 가면 진짜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냥 ‘처얼썩 철썩~쏴아아’ 하는 표현으로는 파도의 실체가 갖고 있는 위용과 생동감이 없다.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의 어촌민속 전시관 안에 만들어진 파도소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파도의 모양과 소리를 인공으로 만들어 표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곳 곳곳에는 바다의 실체와 주변 어촌의 민속을 그럴 듯 하게 표현한 비린내 나는 명물들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2층 생활의 바다. 통발과 구덕, 떼배와 통구민 배 등의 전통 어구들이 실물을 하고 있다. 거제 전통의 어선 통구민 배 안에는 어부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살아 있고, 수심 10m의 바다에서 소라 전복을 따는 잠녀의 종아리에는 핏줄까지 섰다.

영상체험관에서 사람들은 전후좌우로 진동하는 좌석 위에서 표층과 중층, 심층의 바다 속을 헤매게 된다. 초등학생들은 특히 여름철에 매달 열리는 어업 체험학교에 학부모와 함께 참가할 수 있다.

[이 게시물은 박물관지킴이님에 의해 2011-10-06 14:02:30 보도자료에서 이동 됨]